애플과 나에 대한 추억

애플을 동경했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 400만원에 가까웠던 맥을 친구네 집에서 본 뒤로 애플은 가질 수 없는 욕망이었다. 6학년 여름이었나, 나는 아버지를 졸라 펜티엄 PC를 가지게 되었다. 그 뒤로 오랫동안 PC와 windows를 사용하였고 아주 잠깐 os/2 warp를 깔았었고 리눅스를 깔았지만, 항상 되돌아오는 곳은 windows였다. 항상 새로운 걸 원했지만, 리눅스는 너무 어렵고 쓸 수 있는 게 없었고 맥은 여전히 멀리 있는 존재였다.

나의 첫 mp3 플레이어는 아이팟 5.5 세대였고 나는 얼마 뒤 오랫동안 쓰던 명기라 불리던 Sony E01을 친구에게 팔았다. 나는 아이팟을 쓰기 전, icon이라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을 읽은 뒤부터 아이튠스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모두가 불편하다 해도 내게 아이튠스만큼 편한 건 없었다. 태그가 잘못되었으면 지우고 다른 mp3를 찾아 다운 받았다.

군 제대 후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12개월 할부로 150만원이나 하던 맥북 블랙을 사주셨다. 2007년 가을이었다. 맥을 쓰면서 무엇이 좋았을까? 환상이나 동경말고, 내 생활에서. 한국에서 맥을 쓴다는 건 고난의 길이었다. 인터넷 환경과 문서 작성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맥을 쓰면서 정말 즐거웠다. 단순히 디자인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내가 서로 뭔가를 주고 받는, 상호작용하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많은 정보를 접했고 국내 인터넷 환경을 벗어나고자 찾아썼던 서비스들은 지금의 직장을 가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2007년부터 내 주변의 친구들이 맥으로 이주해왔다. 동아리의 모든 친구들이 맥을 무릎에 올려놓고 과제를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했다. 애플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맥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이 늘었고 서로의 아이팟을 만지며 어떤 노래를 듣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씨디를 틀던 음악감상회는 어느 사이에 아이팟으로 바뀌었고 또 어느새 아이폰으로 바뀌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애플 제품을 적어보자면, 아이팟, 맥북,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 맥북프로. 취직을 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전자 기타를 마련한 것이고 그 다음이 맥북프로를 11개월 할부로 산 것이다. 한 달에 20만원 가까운 돈을 내면서 나는 맥북 블랙의 할부값을 내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할부는 너무도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아버지는 할부금액이 적힌 카드 명세표를 보며 어떤 마음이셨을까. 맥과 아이폰, 아이팟을 쓰면서 나의 일상의 모습이 많이 변화했다. 아이폰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일정을 관리하고 게임을 하고, 맥으로 사진을 편집하고 노래를 녹음하고 가계부를 쓰고, 진(zine)을 만들었다. 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사기 시작했으며, 불필요한 어플을 크랙해서 쓰지 않았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애플을 접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전 세계 사람의 생활이 바뀌었을 것이다. windows를 쓰는 사람도 다 할 수 있는 것일테지만, 나는 좀 더 아름답고 편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정성적인 수치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애플에 대한 좋은 점은 믿음으로 쉽게 치부되기 마련이다. windows가 아쉬울 때는 hwp를 열어야 할 때였고 MS live writer로 블로그에 글을 못 쓸 때였다.

오늘 아침에 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이나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애플의 제품을 좋아했고 그것과 관련된 많은 추억과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내가 애플을 종교처럼 믿었고 잡스를 성인처럼 대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는 농담으로 삼위일체라며 맥과 잡스, OSX을 이야기하며 그것은 진리라고 하곤했다. 이 글을 맥북프로에서 쓰고 쓰는 도중에 아이폰을 만지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나는 길을 걷다 매력적인 여성을 발견하면 핸드폰을 확인했고 아이폰이 아닌 경우 애써 매력을 절하했다.

스티브 잡스의 명복을 빈다.

R.I.P Steve 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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